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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체적 난국' KT, 응답하라 베테랑 투·박

'디펜딩 챔피언' KT 위즈는 지난주까지 치른 13경기에서 승률 0.231(3승 10패)을 기록하며 10개 구단 중 8위에 머물렀다. 투수들이 잘 버틴 개막 1주 차엔 타자들이 부진했고, 타선이 살아날 조짐을 보인 뒤엔 선발진이 흔들렸다. 이강철 KT 감독은 극심한 투·타 부조화에 "마치 팀 타격이 크게 가라앉았던 지난해 10월 흐름과 지금이 비슷한 것 같다"라고 했다. KT는 지난해 70승에 선착한 10월 7일 이후 급격히 공격력이 떨어졌다. 17일 한화 이글스전부터 5연패를 당하며 삼성 라이온즈에 1위 자리를 내주기도했다. '우승을 놓치면 안 된다'는 압박감에 시달렸다. 연패 기간 KT 타선의 평균 득점은 1.00점에 불과했다. 당시 막힌 혈을 뚫어낸 선수는 '맏형' 유한준이었다. 그는 10월 24일 키움 히어로즈전에서 안타를 치고 2루를 향하며 한 차례, 후속 타자 장성우의 안타 때 홈으로 쇄도하며 다시 한번 몸을 날렸다. 트레이너가 전력 질주를 금지할 만큼 햄스트링 상태가 좋지 않았지만, 유한준은 투혼을 보여줬다. KT는 이 경기 승리(스코어 6-0)로 분위기를 바꿨고, 이후 삼성과의 타이 브레이커 끝에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했다. 같은 퍼포먼스라도 더 큰 영향력을 끼치는 선수가 있다. 에이스의 호투, 4번 타자의 홈런은 팀 분위기를 바꾼다. KT엔 부상을 안고도 허슬 플레이를 보여준 41살 노장이 있었다. 강백호, 고영표 등 젊은 투·타 주축들은 "유한준 선배님이 몸소 강한 메시지를 주신 덕분"이라고 했다. 유한준은 지난 시즌 종료 뒤 은퇴했다. 현재 KT 선수단 기둥은 다시 주장을 맡은 박경수(38)와 이적생 거포 박병호(36)다. 팀 위기에서 두 베테랑이 제 몫 이상 해줘야 한다. 좋은 성적뿐 아니라 투지 있는 플레이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박병호는 올 시즌도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는 변화구에 약하다. 헛스윙을 연발하며 불리한 볼카운트를 자초한 뒤 4구 안에 삼진으로 물러난 타석만 10번이다. 타석당 투구수는 리그 평균(3.86개)보다 훨씬 적은 3.60개였다. 박병호의 선구안이 갑자기 좋아질 순 없다. 그러나 허무하게 물러나는 승부는 줄여야 한다. 필요하다면 큰 스윙이 아닌 커트(의도적으로 파울을 만드는 스윙)를 해야 한다. 투지가 드러나는 모습은 제각각이다. 박병호는 끈질기고 집요한 승부로 투지를 보여줄 수 있다. 박경수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한국시리즈(KS)에서 신들린 호수비를 수차례 보여주며 KS 최우수선수(MVP)까지 거머쥔 그는 지난 3일 삼성전 9회 초 수비에서 결정적인 포구 실책을 범하며 역전패 빌미를 줬다. 박경수는 컨디션 난조로 선발 출전마저 줄었다. 현재 박경수가 보여줄 수 있는 투지는 지난해 KS처럼 안정감 있는 수비로 투수를 지원하는 것이다. 맏형의 허슬 플레이는 KT 선수들을 똘똘 뭉치게 만들 수 있다. 박병호는 19일 LG 트윈스전에서 8경기 만에 타점을 올렸다. 박경수는 6회 말 만루 위기에서 고영표의 무실점 투구를 돕는 호수비를 보여줬다. KT는 두 베테랑의 활약 속에 리그 2위였던 LG를 5-0으로 잡고 반등 발판을 만들었다. 안희수 기자 an.heesoo@joongang.co.kr 2022.04.20 0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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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호야 홈런 50개 쳐라” “선배님은 내년에도 MVP”

프로야구 막내 구단 KT 위즈는 2021년 통합 우승을 차지하며 창단 8년 만에 리그 최강팀으로 올라섰다. 선수단과 구단 프런트, 베테랑과 젊은 선수가 이상적으로 조화를 이루며 원팀(one team)의 힘을 보여줬다는 평가다.KT 챔피언 등극의 두 주역 박경수(37)와 강백호(22)를 만나 뜨거웠던 2021년 레이스를 돌아봤다. 강백호는 정규시즌 타격 5개(타율·안타·타점·장타율·출루율) 부문 5걸 안에 이름을 올리며 팀 공격을 이끌었다. 박경수는 지난달 두산 베어스와의 한국시리즈(KS)에서 환상적인 호수비와 결정적인 홈런으로 시리즈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됐다. 두 선수는 서로의 퍼포먼스를 한껏 치켜세웠다. 2022년 KT를 다시 통합 우승으로 이끌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Q.2021년에 두 선수 모두 데뷔 첫 우승을 경험했다. 박경수(이하 박)=입단 19년 차에 기적이 찾아왔다. 나는 애써 (우승) 여운에서 빠져나오려 하지 않았다. 강백호(이하 강)=아직도 축하를 받고 있다. (우승 경험이 많은) 두산 선배 몇 명이 ‘우승 처음 해보느냐’라며 농담하더라. 처음이기에 너무 좋았다. 절친한 이정후(키움 히어로즈) 형이 가장 많이 부러워했다. Q. 박 선수는 역대 KS 최고령 MVP에 선정됐다. 박=내가 정말 수상할 자격이 있었는지 아직도 모르겠다. (3차전에서 당한) 종아리 부상으로 인해 (상을 받을 만한) 스토리가 생긴 덕분이다. 내가 생각하는 MVP는 KT팬과 ‘팀 KT’다. 정말 솔직한 내 마음이다. 강=2021년 KS는 (박)경수 선배님이 단연 최고였다. 우리는 2022년에도 통합 우승을 노릴 것이다. 선배님이 2년 연속 KS MVP를 수상하도록 지원하겠다. (역대 KS MVP를 2회 이상 받은 선수는 김용수·이종범·정민태·오승환·양의지 5명이다.) 박=정말 도전하고 싶다. 레전드 선배들과 같은 명단에 이름을 올린다면, 정말 영광스러울 것 같다. (강)백호가 내년에도 MVP급 활약을 보여준다면 KT의 2년 연속 통합 우승도 가능하다. (강백호는 2021 KBO 시상식 MVP 투표에서 두산 베어스 아리엘 미란다, 이정후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점수를 얻었다.) 강=MVP나 타격왕은 개인의 능력으로 도전할 수 있다. 하지만 우승은 다르다. 아무리 뛰어난 선수가 많아도 해내기 어렵다. 올해 우승은 KT가 해냈고, 정규시즌 MVP를 받은 선수도 우리를 부러워할 것이다. 박=백호는 15년 이상 더 야구를 할 선수다. 우승을 또 할 수 있고, MVP 수상도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리 다친 박경수와 영화 같은 세리머니 KT의 우승 직후 장면은 마치 영화 같았다. 우승 확정 후 마운드 위에 모인 KT 선수들이 벤치에 있던 박경수와 유한준을 향해 밝은 표정으로 손짓했다. 다리 부상 중이었던 박경수는 목발을 짚고 유한준의 부축을 받은 채 느리지만, 힘차게 동료들에게 다가갔다. Q. KT 세리머니가 큰 화제였다. 박=다리가 아픈 상태여서 내가 세리머니에 방해가 되고 싶지 않았다. 한준이 형이 나와 함께 더그아웃에 함께 있어 줬는데, 후배들이 기다리고 있더라. ‘너희가 잘해서 형들한테 우승을 안겨줬는데, 왜 또 우리를 주목받게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감동받았다. 강=경기 전부터 주장 (황)재균이 형이 ‘두 선배가 오시면 그때부터 제대로 세리머니를 하자’고 당부했다. 영화 같은 장면이었다. 목발 짚고 오시는 경수 선배님 뒤로 KT팬이 환호하는 모습이 펼쳐졌고, 팀 현수막이 나부끼고 있었다. 그 순간 사진을 찍지 못한 게 아쉽다. Q. 눈물을 감추지 못하더라. 박=KS 4차전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남겨두고 한준이 형이 어깨를 툭 치면서 ‘고생했다’고 하더라. 그 순간부터 눈물이 나왔다. KT는 2015년부터 2018년까지 최하위권이었다. 자존심이 상하는 일도 많이 겪었다. 그런 시간을 딛고 해낸 우승이었기에 더 눈물이 났다. KT팬에게 ‘우승팀 팬’이라는 자부심을 줄 수 있어서 기쁘다. 강=나도 입단 첫해(2018년) 9위를 경험했다. 당시 멤버들이 함께 성장해 우승까지 해낸 점이 너무 좋았다. 또 KT 팬이 점점 늘어나는 것을 체감했다. 감격했다. 그동안 분해서 울어본 적은 있지만, 행복해서 눈물이 난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껌 씹은 강백호, 많이 배운 한해 강백호는 KT가 82경기를 치를 때까지 4할 타율을 유지했다. 그러나 9월 타격 슬럼프에 빠졌다. 8월 도쿄 올림픽 도미니카공화국전에서는 역전패를 앞둔 상황에서 심드렁한 표정으로 껌을 씹는 모습이 중계 화면에 잡힌 후 야구팬에 큰 비난을 받았다. Q. 강 선수는 롤러코스터 같은 2021년을 보냈다. 강=더 잘하고 싶어서 (타격) 변화를 자주 시도한 게 독이 됐다. 체력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올림픽에서는 무조건 내가 잘못한 것이다. 신중하게 행동하지 못한 것도 인정한다. 많이 배웠다. 야구팬과 야구계 선배님들에게 어떤 모습을 보여드려야 할지 생각할 수 있었던 계기다. 인간적으로 더 성숙해지겠다. 박=당시 올림픽에서 돌아온 백호에게 어떤 말을 해줘야 할지 고민이 됐다. 이슈가 너무 커졌다. 그래도 잘 이겨내더라. 백호는 한국 야구에 꼭 필요한 선수다. 앞으로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줄 거다. Q. ‘맏형’ 유한준의 은퇴로 KT가 새 출발선에 섰다. 박=많이 의지했던 형이다. 통합 우승이라는 큰 선물을 받고 은퇴하셔서 다행이다. 나는 조금 외로워질 것 같다. 후배들과 한준이 형의 공백을 잘 메워보겠다. 강=좋은 야구 선수의 교본 같은 선배였다. 멋있는 뒷모습을 보여주셨다. 나는 (은퇴를) 축하드리고 싶다. 리더는 너무 힘든 자리인 것 같다. 어떻게 경수 선배님을 도울지 많이 고민하겠다. Q. 2022년 목표를 전한다면. 강=당연히 KT의 2연패다. 개인적으로는 올해보다 더 잘하는 거다. 매년 ‘나를 뛰어넘자’는 목표를 세운다. 2022년에는 30홈런 이상 치고 싶다. 박=백호는 아직 잠재력을 모두 발휘하지 않았다. 4할 타율과 홈런 40~50개를 칠 수 있는 선수다. 난 다른 바람이 없다. 오로지 KT의 두 번째 통합 우승이 목표다. 아프지 않고, 한 시즌을 완주하겠다. 안희수 기자 an.heesoo@joongang.co.kr 2021.12.31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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챔피언팀 간 홈런왕…FA 총액 1000억 시대

2021년 프로야구 통합 우승팀 KT 위즈가 ‘거포’ 박병호(35)를 품었다. KT 구단은 “자유계약선수(FA) 박병호와 3년 총액 30억원(계약금 7억원·연봉 20억원·옵션 3억원)에 계약했다”고 29일 밝혔다.박병호는 만 35세 이상 신규 FA에 해당돼 C등급(FA 등급제)을 받았다. 원소속팀 키움 히어로즈 외에 그와 계약하는 팀은 보상선수는 내주지 않아도 되지만, 2021시즌 박병호 연봉(15억원)의 150%인 22억 5000만원을 키움에 보상금으로 지급해야 한다. 따라서 KT가 박병호 영입에 투자한 금액은 총 52억5000만원에 이른다.이숭용 KT 단장은 팀에서 FA 자격을 얻은 포수 장성우, 내야수 황재균과 재계약한 후 “아직 FA 시장에서 철수하지 않았다”며 추가 전력 보강 계획을 밝혔다. KT 팀 리더이자 주전 지명타자였던 유한준이 은퇴하며 타선 무게감이 떨어진 터였다. 2연패 달성을 위해서는 타선 보강이 필요했다.천정부지로 치솟은 선수 몸값 탓에 KT는 대어급 FA 영입전에서 한발 물러나는 듯 했다. 그러면서도 시장 상황을 계속 주시했고, 키움과 협상이 더딘 박병호를 타깃으로 정했고, 결국 영입에 성공했다.홈런왕만 다섯 번 차지한 박병호는 최근 2년(2020~2021) 동안 부진했다. 타율은 내내 2할대 초반에 머물렀다. 전성기에는 7할이 넘었던 장타율이 4할대로 떨어졌다.그래도 한 방은 여전했다. 부진했던 최근 두 시즌 동안에도 매년 20홈런 이상은 터뜨렸다. 강백호, 황재균 등 장타자가 많은 KT 타선에 박병호가 합류한다면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KT 홈구장(수원 케이티위즈파크)이 타자 친화적이라는 점도 유리하게 작용할 전망이다. 홈플레이트부터 좌·우 담장까지의 거리(98m)가 키움 홈구장(고척돔)보다 2m 짧다.박병호는 전 소속팀 키움뿐 아니라 국가대표팀(2014 인천아시안게임)에서도 주장을 맡았다. KT 맏형 박경수와 함께 후배들을 이끌어 줄 수 있는 선수다. 게다가 인기도 많아 상당한 관중 동원력을 보여줄 전망이다.게다가 박병호는 KT 투수들을 상당히 괴롭혔던 타자였다. 지난 4시즌(2018~2021) 동안 KT전에서 타율 0.307 21홈런 46타점을 기록했다. 특히 홈런은 그가 상대한 9개 팀 중 가장 많았다. KT 국내 에이스 고영표에게 타율 0.444로 특히 강했다. KT 마운드의 ‘천적’이었던 박병호가 이제 동료가 됐다.2005년 LG 트윈스에 1차 지명 신인으로 입단한 박병호는 유망주로 머물다, 2011년 키움으로 이적한 후 리그 정상급 타자로 성장했다. 두 번째 도약 기회를 맞이한 박병호는 “젊고 패기 넘치는 KT에 입단해 기쁘다. 책임감을 갖고 2년 연속 우승에 힘을 보태겠다”고 말했다.이로써 KBO리그 FA 시장은 계약 총액 1000억원 시대에 다가섰다. 전날(28일)까지 100억원이 넘는 계약을 따낸 선수만 5명(박건우·김재환·김현수·나성범·양현종)이었다. 2016년(계약 첫해 기준) 기록한 종전 최다 총액(766억 2000만원)도 훌쩍 넘어섰다. 이번 주 발표된 황재균(60억원)과 박병호의 계약을 합치면 총 967억원이다.이중 팀을 옮긴 5명(박건우·박해민·나성범·손아섭·박병호)의 계약에는 원소속팀에 줘야 하는 보상금이 발생한다. 올겨울 FA 시장에서 1000억원이 넘는 돈이 오간 셈이다. 게다가 시장에는 계약을 마치지 못한 내야수 정훈과 포수 허도환도 남아 있다.코로나19 여파로 각 팀의 재정 상태가 어렵다. 도쿄올림픽 노메달(4위)에 그치며 여론도 좋지 않았다. FA 시장에 찬바람이 불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예보는 틀렸다. 어느 해보다 뜨거운 영입전이 펼쳐졌다. 안희수 기자 an.heesoo@joongang.co.kr 2021.12.30 0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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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하스 없이 우승, 유한준 공백도 '팀 KT'로 지운다

KT 위즈는 2022년 팀 '대들보' 유한준(40)이 없는 첫 시즌을 보낸다. 2021년 통합 우승을 이끈 유한준은 지난달 은퇴를 결정했다. 그는 "내 빈자리는 성장한 후배들이 충분히 메워줄 수 있다고 믿는다"라고 했다. 그는 지명타자 임무를 수행한 자신의 장타력이 이전보다 떨어졌기 때문에 세대 교체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우승이라는 목표를 이룬 점도 결단에 영향을 미쳤다. 팀 리더 역할은 '둘째 형' 박경수가 맡아 줄 수 있다. 지난주 자유계약선수(FA) 재계약한 포수 장성우도 "(박)경수 형을 도와서 팀을 이끌어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했다. 27일 FA 재계약한 황재균도 있다. 투수진에서는 고영표의 어깨가 무거워졌다. 그는 야수와 투수, 선수들과 코칭 스태프 사이 가교 역할을 잘 해내는 선수로 평가받고 있다. 2022년 입단 9년 차가 되는 배정대도 '차기' 주장감이다. 박경수가 그의 친화력과 책임감 있는 모습을 치켜세우기도 했다. 유한준이 주로 나서던 지명타자도 채워야 한다. 체력 관리 차원에서 번갈아 지명타자를 맡는 추세지만, 공격력 강화를 위해서는 고정된 선수가 필요하다. 문상철이 1순위로 꼽힌다. 그는 2014년 특별 지명으로 KT에 입단한 창단 멤버다. 매년 기대에 비해 좋은 퍼포먼스를 보여주지 못했다. 하지만 타석 수가 충분히 주어지면 팀 장타력 향상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선수로 평가된다. 외야 경쟁 판도도 주전 지명타자를 낙점하는 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중견수 배정대, 새 외국인 타자 헨리 라모스는 개막 초반 고정될 전망이다. 남은 한 자리를 두고 조용호와 김민혁이 경쟁한다. 이강철 KT 감독이 작전 수행 능력이 좋은 타자를 선호하는 점을 감안하면, 조용호가 한 발 앞서 있다. 변수는 조용호의 몸 상태다. 2021 정규시즌 타격 잠재력을 증명한 김병희, 김태훈 그리고 1~2년 차에 성장 가능성을 보여준 천성호와 권동진도 잠재적인 후보다. 이적생 오윤석도 타격 경쟁력은 떨어지지 않는다. KT는 2021 정규시즌 개막 전 저평가받았다. 2020년 최우수선수(MVP)를 차지한 멜 로하스 주니어가 일본 무대로 이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팀 KT'의 힘으로 그 공백을 메웠고, 통합 우승까지 차지했다. 유한준은 멘털적으로도 선수단에 큰 영향을 미치던 선수다. 공백은 크다. 하지만 다시 한번 팀의 힘을 보여줄 전망이다. 이제 맏형이 된 박경수는 "우리는 누군가의 공백을 잘 메우는 팀"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안희수 기자 an.heesoo@joongang.co.kr 2021.12.27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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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아제약 프로야구 대상]통합 우승 VS 7연속 KS VS 6년 만에 가을야구

조아제약㈜과 일간스포츠가 공동 제정한 '2021 조아제약 프로야구 대상' 시상식이 12월 8일 오전 11시 30분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다. 감독상 부문에는 이강철 KT 위즈, 김태형 두산 베어스, 허삼영 삼성 라이온즈 감독이 후보에 올랐다. 이강철 감독이 한발 앞서 있다. 그는 KT 위즈를 창단 첫 통합 우승으로 이끌었다. 2019년 KT 감독 부임 후 3시즌 만에 이전까지 최하위권을 맴돌던 KT를 강팀으로 만들었다. 이강철 감독은 안목과 결단력이 뛰어나다. 주목받지 못했던 젊은 투수들의 성장을 이끌며 마운드를 강화했고, 다양한 시도를 통해 짜임새 있는 타선을 만들었다. KT의 투수 배제성·김민수·조현우, 야수 조용호·배정대는 이 감독 부임 후 야구 인생에 꽃을 피웠다. 이강철 감독은 자신의 판단과 가치관을 고집하지 않았다. 가장 좋은 방법을 찾기 위해 코치진과 선수단의 목소리에 귀를 열었다. 책임감이 강한 맏형 유한준과 박경수가 감독 눈치를 보지 않고 후배들을 이끌어갈 수 있도록 지원했다. 그 결과 KT는 단단한 팀워크를 갖출 수 있었다. 이강철 감독은 올 시즌 위기 대처 능력도 보여줬다. 개막 초반 주전 선수들이 연달아 부상으로 이탈한 상황에서 내야수 김병희, 외야수 김태훈 등 백업 선수들을 두루 기용해 승률 관리를 해냈다. 기존 필승조 투수들이 컨디션 난조를 보였을 때는 2군에 있던 박시영, 심재민, 이대은을 차례로 올려서 불펜 과부하를 막았다. 두산과의 한국시리즈(KS)에서는 약해진 허리진을 보강하기 위해 선발 자원 고영표를 구원 투수로 내세워 큰 효과를 봤다. 김태형 감독은 두산의 7년(2015~2021) 연속 한국시리즈(KS) 진출을 이끌었다. KBO리그 역대 최초 기록이다. 김태형 감독은 올해도 특유의 '뚝심 리더십'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두산은 작년보다 전력이 약해졌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결국 시즌 마지막 KS 무대의 주인공이 됐다. 김태형 감독은 외부에서 두산의 전력을 낮게 평가할 때도 "지금 있는 선수들로 가장 좋은 전력을 만드는 게 감독의 역할"이라며 개의치 않았다. 김태형 감독은 9월 중순 7위까지 떨어지며 가라앉았던 팀을 재정비, 정규시즌 4위까지 올려놓았다. 포스트시즌에서는 '가을 타짜'다운 경기 운영 능력과 임기응변을 보여줬다. LG 트윈스와 준플레이오프(PO), 삼성과의 PO에서 모두 '업셋 시리즈'를 이끌었다. 올해 삼성 감독 부임 2년차를 보낸 허삼영 감독은 한층 세밀해진 데이터 야구를 앞세워 삼성을 6년 만에 가을야구로 이끌었다. 타선과 마운드 모두 탄탄한 전력을 구축했고, 새 얼굴을 다수 발굴했다. 삼성은 2년(2020~2021) 연속 팀 도루 1위에 올랐다. 리그에서 가장 역동적인 공격을 보여줬다. 허삼영 감독도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안희수 기자 2021.12.03 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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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버페이는 없다"...KT 외부 영입 방침

KT 위즈는 이강철 감독이 부임한 2018년 10월 이후 한 번도 외부 자유계약선수(FA)를 영입하지 않았다. 지난 3시즌(2019~2021) 동안 트레이드나 방출 선수 계약만으로 전력을 보강했다. 2021년 창단 첫 통합 우승을 해낸 KT는 꾸준히 정상을 노릴 수 있는 전력을 구축하기 위해 이번 스토브리그에서 지갑을 열 생각이다. 이숭용 KT 단장은 "정규시즌 1위를 확정한 후 계속 전력 보강만 생각했다"며 "우승 전력을 지키기 위해 프런트가 지원해야 한다. 외부 FA 영입을 고려 중이다"라고 말했다. 목표는 공격력 강화다. 마운드 전력에 비해 타선이 약하다는 평가다. 정규시즌 막판 득점력이 떨어지며 고전했다. 현재 주전 지명타자와 외야 한 자리가 공석이다. '맏형' 유한준이 은퇴를 결정했고, 후반기 주전 우익수로 나섰던 제라드 호잉과는 재계약하지 않을 전망이다. 마침 나성범, 김재환, 손아섭, 박건우 등 이름값 높은 외야수들이 FA 자격을 얻었다. 장타력이 좋은 타자, 콘택트와 작전 수행력이 뛰어난 타자 등 유형도 다양하다. 원 소속 구단과 재계약 가능성이 높은 선수들이지만, FA 계약은 철저하게 비즈니스 논리가 작용한다. 선수에게 더 높은 가치를 부여한 팀이 계약을 따낸다. 하지만 시장 개장부터 변수가 생겼다. 한화 이글스가 내부 FA 포수 최재훈에게 기간 5년, 총액 54억원(인센티브 포함) '대형' 계약을 안겼다. 야구계에서는 "예상보다 후하다'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더불어 시장이 과열될까 우려했다. FA들의 눈높이가 높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KT는 내부 FA 황재균(3루수), 장성우(포수)와의 재계약을 외부 영입보다 우선순위로 두고 있다. 이미 선수 에이전트와 만났다. 장성우는 '우승 포수'다. 최재훈의 계약을 기준점으로 삼을 가능성이 크다. 황재균은 시장에 나온 유일한 3루수다. 차명석 LG 트윈스 단장은 '타격이 좋은 내야수' 영입을 바라며 황재균을 직접 언급하기도 했다. KT는 공개적으로 외부 영입 의지를 드러냈다. 적지 않은 예산을 마련한 모양새다. "투자에 인색하다"는 외부 시선도 지우고 싶다. 하지만 '집토끼' 단속만으로 많은 돈을 써야 할 상황이다. 그래서 명확한 방침을 세웠다. 선수와 에이전트에게 끌려다닐 생각은 없다. 이숭용 단장은 "영입을 원하는 선수도 있고, 전략도 세웠지만 오버페이는 하지 않을 것이다. 신중하게 접근할 것"이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KT는 새 외국인 선수로 수비력을 갖춘 외야수를 물색 중이다. 2019시즌 좌익수·1번 타자로 풀타임을 소화한 김민혁도 주전 외야수로 쓸 수 있는 선수다. 황재균과 장성우 자리는 내부에서 대체하기 어렵지만, 정작 공석인 지명타자와 외야 한 자리는 대안이 있다. KT가 마지막으로 영입한 외부 FA는 황재균이다. 2018시즌을 앞두고 4년, 총액 88억원을 안겼다. 황재균은 KT의 통합 우승 주역이다. 성공적인 계약으로 평가된다. KT의 안목은 나쁘지 않다. 전력 보강이라는 명분에 매몰돼 오버페이할 가능성은 작다. 안희수 기자 2021.11.30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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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듀' 유한준 "팀 KT 의미? 꼴등도 1등이 될 수 있다는 메시지"

후배들을 믿고 떠난다. KT 위즈를 위한 결정이다. 유한준(40)은 마지막 순간까지 '좋은 선배'로 남았다. KT의 창단 첫 통합 우승을 이끈 '맏형' 유한준이 24일 은퇴를 선언했다. 유한준은 일간스포츠와의 전화 통화에서 "그토록 바랐던 우승 반지를 얻었고, 지도자도 아닌데 헹가래까지 받았다. 나는 행복한 선수였다. 은퇴도 축하받고 싶다"라며 웃었다. 유한준은 2021 정규시즌 104경기에 출전, 타율 0.309 5홈런 42타점을 기록했다. 장타력은 떨어졌지만, 콘택트 능력은 전과 다름이 없었다. 팀 리더로서 선수단에 미치는 영향력도 크다. 1~2년은 더 뛸 수 있을 것으로 보였다. 유한준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지명타자는 한 시즌 20~30홈런을 치며 상대 투수에게 위압감을 줄 수 있어야 한다. 기술과 요령으로 안타를 만들 순 있었지만, 경기 흐름을 바꾸는 타격은 하지 못했다"라고 했다. 이어 "(수비하지 않는) 지명타자로도 풀타임을 뛸 수 없는 몸이었다. 경기 후반 조커(대타)로 투입되는 임무는 다른 후배들도 충분히 잘해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 내가 물러나는 게 팀이 더 강해지는 길이라고 생각했다"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은퇴라는 단어가 머릿속을 떠나지 않던 나날들. 우승이라는 명확한 목표를 세운 덕분에 힘을 낼 수 있었다. 유한준은 "기량이 떨어진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KT의 첫 우승에 기여하는 것뿐이었다. (정규시즌 1위를 달리며) 목표가 가시권에 있었기 때문에 그 의지가 더 커졌다. 우승이라는 선물을 받으면 미련 없이 은퇴할 수 있을 것 같았다"라고 돌아봤다. 유한준은 누구보다 뜨거운 가을을 보냈고, 결국 데뷔 18년 만에 처음으로 통합 우승을 경험했다. 유한준은 인성이 좋은 선수로 알려졌다. 동료, 지도자, 야구계 관계자의 한결같은 평판이다. 봉사·기부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했고, 자선 바자회에 자신의 애장품을 자주 전했다. '좋은 사람'이라는 이미지가 늘 편했던 건 아니다. 유한준에게 "그런 선입견으로 사는 건 너무 힘들 것 같다"라고 전하자 "정말 공감되는 얘기다. 부담이 컸다. 말도 행동도 조심스럽게 되더라. 내 한 마디가 후배들에게는 크게 와 닿을 수 있기 때문에 더 그랬다"라고 돌아봤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성숙했다. 30대 중반이 넘은 나이에 젊은 선수가 많은 '막내 구단' KT로 이적했고, 책임감에 대해 다시 생각할 수 있는 계기를 맞이했다. 유한준은 "야구 인생에 가장 힘든 결정이었고, 큰 전환점이 됐다. 고참으로서 '팀을 이끌어야 한다'는 마음가짐이 나를 더 강하게 만든 것 같다. 더 좋은 선배가 되고 싶었다"라고 돌아봤다. 유한준은 KT 입단에 대해 "행운이었다"라고 했다. 책임감과 인성을 모두 갖춘 리더를 얻은 KT도 행운이다. 유한준은 이강철 감독이 자주 강조하는 '팀 KT'의 힘에 대해 "밑바닥부터 천천히 올라섰다. 꼴찌도 1등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누구나 그렇게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한 게 팀 KT의 힘인 것 같다"라며 웃었다. 유한준은 프런트로 제2의 야구 인생을 시작한다. 그라운드 밖에서 야구를 바라볼 생각이다. 여러 보직을 소화하며 경험을 쌓을 생각이다. 유한준은 "행복하게 떠날 수 있도록 만들어준 동료들과 선배님들 그리고 KT팬에 감사드린다"라는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안희수 기자 an.heesoo@joongang.co.kr 2021.11.25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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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에서 떠나는 유한준 "가장 행복한 마무리"

KT 위즈 ‘맏형’ 유한준(40)이 은퇴를 한다.KT 구단은 24일 "유한준 선수가 은퇴한다. 쉽지 않은 결정을 존중하고, 그동안 팀을 위한 헌신에 감사한 마음을 표한다"라고 전했다. 이숭용 단장도 "향후 구단이 마련한 프로그램을 통해 프런트 업무 전반에 걸쳐 실무 경험을 쌓으며 제 2의 야구 인생을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유한준은 2004년 현대 유니콘스(현재 키움 히어로즈) 입단, 2016시즌을 앞두고 KT와 자유계약선수(FA) 계약했다. 막내 구단의 리더로 자리잡았고, 팀을 강팀으로 올려놓았다. 올 시즌은 통합 우승을 이끌었다.유한준은 프로 통산 18시즌 동안 1650경기·타율 0.302·151홈런·883타점을 기록했다. 통산 1500안타·2000루타를 달성하는 등 KBO를 대표하는 선수로 인정받았다.유한준은 "선수 생활의 마지막을 감사한 마음으로 알리게 되어 기쁘다"며 "통합 우승 팀의 일원으로 은퇴한다. 무한한 영광으로 생각한다. 선수로서 가장 행복한 마무리를 맞이하게 됐다. 성장을 도와주신 모든 지도자 분들과 함께 땀 흘렸던 동료 선수들, 그리고 언제나 열정적인 성원과 사랑으로 힘이 되어주신 모든 팬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하다. 선수로서 마침표를 찍지만 다시 시작하는 야구 인생도 많은 응원을 부탁드린다"라고 은퇴 소감을 밝혔다.유한준의 은퇴식은 내년 시즌 팬들과 함께하는 자리에서 마련될 예정이다.안희수 기자 an.heesoo@joongang.co.kr 2021.11.24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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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과 손짓만으로...역대 최고의 세리머니 보여준 KT

준비한 이벤트는 없었다. 뜨거운 시선과 뭉클한 손짓만으로 KT 위즈는 최고의 우승 세리머니를 보여줬다. KT는 지난 18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한국시리즈(KS) 4차전에서 두산 베어스에 8-4로 승리, 역대 9번째로 4연승으로 KS 우승을 차지했다. 정규시즌 1위에 이어 2021년 통합우승이다. 그동안 KS 우승 순간에는 수많은 명장면이 나왔다. 고(故) 최동원, 선동열, 김용수 등 레전드 투수들이 포수에게 안겨 어린아이처럼 기뻐하는 모습은 올드팬의 향수를 자극한다. 2010년대 최강팀 삼성 라이온즈, 두산 베어스는 미리 준비한 퍼포먼스를 보여주며 여유와 관록을 뽐냈다. 2016년 아이언맨 복장을 하고 특유의 익살스러운 포즈를 취한 두산 유희관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NC 다이노스는 모기업의 게임 리니지를 상징하는 아이템 '집행검'을 모형으로 만들어 인상적인 장면을 연출했다. KT '맏형' 유한준은 18일 4차전을 앞두고 "따로 우승 세리머니를 준비하지 않았다"라고 했다. KT 선수들은 우승 확정 후 마운드 위에서 얼싸안는 모습만 보여줬다. 상대적으로 평범했다. 하지만 연출하지 않은 진짜 감동이 기다리고 있었다. 기쁨을 나누던 KT 선수들은 갑자기 마운드 위에 모여 1루 쪽 더그아웃을 응시했다. 팬들도 두리번거리며 상황 파악에 나섰다. 약 30초 후 다시 함성이 터졌다. 목발을 짚은 '둘째 형' 박경수가 유한준의 부축을 받으며 그라운드로 나선 것. KT 선수들은 "어서 오라"는 손짓과 박수를 보내며 두 선배를 맞이했다. 박경수는 3차전 수비 중 종아리 근육이 파열되는 부상을 당했다. 시리즈 내내 그림 같은 호수비를 수차례 보여줬고, 3차전 5회 초 타석에서는 0-0 균형을 깨는 솔로 홈런까지 치며 KT의 1~3차전 승리를 이끈 선수다. 개인적으로는 데뷔 19년 만에 출전한 KS와 우승 도전. 하지만 이 부상으로 남은 경기 출전이 무산됐다. 키스톤콤비인 유격수 심우준은 4차전을 앞두고 "경수 형이 그라운드에서 해준 조언을 잘 생각하며 한 발 더 뛰겠다"라고 투지를 불태웠고, 강백호는 "나도 몸을 던지겠다. 선배님에게 꼭 우승을 안기겠다"라는 각오를 전했다. 박경수 대신 선발 2루수로 나선 신본기도 "경수 형의 공백이 느껴지지 않게 매 순간 집중하겠다"라고 했다. 유한준은 4차전 내내 박경수 옆을 지켰다. 우승까지 아웃카운트 1개가 남았을 때는 어깨를 토닥였고, 승리를 확정한 순간에는 포옹을 나눴다. 후배들이 그라운드 위에서 어우러질 때도 두 베테랑은 조용히 서로를 축하했다. 박경수의 등장으로 비로소 완전체가 된 KT 선수단은 두 번째 축하 세리머니를 시작했다. 박경수는 목발을 던져버리고 함께 기쁨을 나눴다. 주장 황재균과 부둥켜안고 한동안 울기도 했다. 내야 막내 권동진은 떨어진 목발을 치켜들며 분위기를 띄웠다. 박경수는 KS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됐다. 역대 최고령 수상이자 부축을 받으며 단상에 선 최초의 MVP다. 그는 "올 시즌 MVP는 팬 여러분과 팀 KT"라는 소감을 남겼다. 안희수 기자 an.heesoo@joongang.co.kr 2021.11.21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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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한국시리즈는 막내 KT가 먼저 갑니다

‘막내 구단’ KT 위즈가 창단 후 처음으로 정규시즌 정상에 올라 한국시리즈(KS) 직행 티켓을 거머쥐었다.KT는 지난달 31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1 KBO리그 1위 결정전에서 삼성 라이온즈를 1-0으로 꺾었다. 선발 투수 윌리엄 쿠에바스가 3일 만에 마운드에 올라 7이닝을 책임졌고, 간판타자 강백호가 천금 같은 결승타를 때려냈다. 마무리 투수 김재윤은 살얼음판 1점 리드를 지켜 우승을 확정했다.2015년 1군에 진입한 KT는 3시즌 연속 최하위에 머물며 암흑기를 보냈다. 하지만 이강철 감독 부임 첫 시즌인 2019년 처음으로 5할 승률에 성공하며 전열을 정비했고, 지난 시즌에는 정규리그 2위에 오르면서 강팀으로 도약하는 발판을 만들었다.올 시즌은 한층 탄탄해진 선발진과 짜임새를 갖춘 타선을 앞세워 첫 대권에 도전했다. 결국 1군 진입 7시즌 만에 리그 정상에 서는 쾌거를 이뤘다.KT와 삼성은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하기 위해 ‘145번째 경기’를 치러야 했다. 144경기 성적(76승 9무 59패)이 정확하게 일치해 정규시즌 최종전까지 승부를 내지 못한 탓이다. 2019년까지는 두 팀이 동률일 때 맞대결 경기 다승·다득점·전년도 성적 순으로 최종 순위를 가렸다. 지난해 1월 한국야구위원회(KBO) 이사회가 1위 결정전 도입을 결정하면서 KT와 삼성이 첫 ‘단두대 매치’의 주인공이 됐다. 야구팬의 관심이 대구로 집중됐다. 입장 가능한 1만 2244석은 예매 9분 만에 매진됐고, 두 팀은 5회까지 득점 없이 팽팽한 승부를 이어갔다.균형은 6회 초 무너졌다. KT 심우준이 1사 후 내야 안타를 친 뒤 삼성 유격수 오선진의 송구 실책으로 2루까지 갔다. 조용호는 땅볼로 심우준을 3루에 보냈고, 황재균이 볼넷을 얻어내며 삼성 배터리를 압박했다.‘해결사’ 역할을 한 건 강백호였다. 호투하던 원태인의 바깥쪽 포심패스트볼을 받아쳐 좌전 적시타를 만들었다. 3루 주자 심우준이 홈을 밟았다. 이날 양 팀의 유일한 득점이자, KT를 우승으로 이끈 결승점이었다.쿠에바스(7이닝 1피안타 8탈삼진 무실점)의 투혼도 빛났다. 그는 지난달 28일 NC 다이노스전에서 공 108개를 던진 뒤 사흘 만에 다시 등판했다. 이강철 감독은 1~3회를 무실점으로 막기 위해 쿠에바스를 첫 번째 투수로 내보내는 강수를 뒀다. 하지만 기대를 뛰어넘는 호투가 이어지자 예정된 3이닝을 넘겨 계속 마운드를 맡겼다. “더 던질 수 있다”는 쿠에바스의 의지가 한몫했다.쿠에바스는 7회 찾아온 마지막 위기까지 잘 넘겼다. 야수 실책으로 맞은 1사 2·3루에서 강민호와 이원석을 각각 내야플라이와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남은 2이닝은 불펜 박시영과 김재윤이 무실점으로 막았다. KT의 창단 첫 우승은 그렇게 완성됐다.순탄치만은 않은 여정이었다. KT는 8월 13일 단독 1위에 올라선 뒤 계속 선두를 지켰지만, 지난달부터 타선이 극심한 슬럼프에 빠져 삼성의 추격을 허용했다. 22~23일 맞대결에서 연패하면서 1위 자리를 내주기도했다.이때 ‘맏형’ 유한준이 전환점을 만들었다. 시즌 내내 종아리 부상을 안고 있던 그가 지난달 24일 키움 히어로즈전에서 몸을 사리지 않는 주루 플레이로 승리의 디딤돌을 놓았다. 베테랑의 투지가 선수단을 깨웠다. KT는 이 경기에서 5연패를 끊었고, 공격력도 함께 살아났다.이강철 감독은 우승을 확정한 뒤 “쿠에바스가 경기를 지배했다. 강백호는 원태인을 상대로 찾아온 단 한 번의 기회에서 해결사 역할을 해줬다”며 “모두 잘했다. 우승은 구단, 프런트, 팬 그리고 선수가 ‘팀 KT’로 하나가 되어 이룩한 성과”라며 감격했다.승리의 일등공신인 쿠에바스는 “몸은 피곤했지만, 집중력이 좋았다. 동료 모두 좋은 경기력을 보여준 덕분에 우승할 수 있었다”고 했다. 강백호 역시 “어려움이 많은 시즌이었지만, 결국 우승했다. 한국시리즈에서도 웃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대구=안희수 기자 an.heesoo@joongang.co.kr 2021.11.01 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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